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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휴양림의 3월 달력

2021. 03. 24 by 차철호

  [차철호의 #길]  
5. 장태산휴양림의 3월 매력 

출렁다리 내려다 보며 
포토존에서 사진 한장

 

장태산자연휴양림의 가장 눈부신 계절은 언제일까. 메타세쿼이아 신록천하 여름일까, 붉은 계절 만추일까, 눈 내린 하얀 겨울일까. 봄은 어떨까. 춘향(春香)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자전거 타고 갑천누리길 따라 고고. 20㎞ 남짓 달려 도착. 힐링산책을 시작한다. 휴양림 입구에서 출발, 출렁다리 위의 조망쉼터로 올라간 뒤 출렁다리→스카이타워→메타세쿼이아 산림욕장→형제봉전망대→형제바위를 돌아 내려오는 3㎞ 조금 넘는 코스다. 

#0. 장태산으로 가는 길
갑천누리길을 달린다. 오늘은 자전거다.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출발하면 장태산자연휴양림까지 유유자적 1시간 반쯤 달린다. 갑천자전거도로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갑천친수구역(갑천 1블록 힐스테이트 아파트 예정지-도안호수공원 예정지-갑천 3블록 트리풀시티 아파트) 지나 정림보→상보안→노루벌→흑석유원지(수영장 버스정류장)→흑석네거리→기성초등학교 뒷길을 통해 장태산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은 차도로 가볍게 달리는 코스. 하지만 차도가 아니어도 누구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갑천누리길로 달린다. 

갑천3블록 트리풀시티 아파트 인근 갑천변의 억새갈대숲길. 가을의 화려함 뒤로 요즘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정림보 가기 전.  시나브로 연둣빛이 갑천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정림보 가기 전.  시나브로 연둣빛이 갑천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갑천변은 연둣빛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렇게 연두가 찾아왔는지, 계절의 변신은 늘 신비롭다. 안구정화의 힘, 그래서 자전거 산책은 운동이라기보다 힐링이다. 지난 가을 낭만을 선물했던 갑천 3블록 아파트 근처 억새갈대숲길, 요즘은 아주 깔끔한 모습으로 길의 레이아웃을 보여주며 새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정림보 앞 돌다리에선 오늘도 강태공들이 여유를 낚고 있고, 괴곡동으로 향하는 둑방길에선 산책하는 이들의 평화로운 포스가 전해진다. 상보안유원지엔 캠퍼들의 에너지가 넘쳐나고 노루벌 가기 전 메타세쿼이아길은 새 계절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상보안유원지와 노루벌 사이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
흑석유원지 앞 수영장버스정류장. 이제 곧 흑석네거리다.

흑석유원지 수영장버스정류장 지나 굴다리를 통과하면 흑석네거리. 아스팔트 아닌 안쪽 호젓한 길 따라 달린다. 계절 정취를 느끼기엔 도로보다 갑천누리길이 제격이다. 급할 거 없지 않나, 느릿느릿 주변 풍경 즐기며 달리는 맛이 더 좋다. 아, 장태산휴양림 진입길 공사가 끝났다. 차도 옆에 편안한 자전거길/보도가 만들어졌다. 장안저수지에 비치는 봄 햇살 무늬를 보며 메타세쿼이아 품으로 들어간다. 휴양림 입구에 서니 지난해 가을 같이 왔던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가 떠오른다. 꽃다지가 부르는 전화카드 한 장. 흥얼거리며 휴양림 산책을 시작한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1. 출렁다리 위 조망쉼터 

출렁다리 위쪽 조망쉼터에서.
출렁다리 위쪽 조망쉼터에서.

이 곳은 처음 올라가 봤다. 지난 가을부터 SNS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포토존. 높지 않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장태산둘레산길 안내도 앞에서 출발한다. 왼쪽 공중엔 출렁다리가 있다. 둘레산길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오르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출렁다리이고 오른쪽은 둘레산길 코스다. 둘레산길 코스 방향으로 넉넉잡아 10분쯤 오르면 확 트인 조망쉼터가 맞이한다. 

휴양림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놓인 출렁다리와 스카이타워가 발 아래에 있다. 왼쪽으로 시선을 두면 전망대 앞의 통신철탑과 형제바위도 보인다. 여름엔 가을엔 겨울엔, 다른 계절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본다. 하지만 봄의 고요한 매력도 황홀하다. 멋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그녀처럼, 오늘도 아름답다. 절경을 만끽하고 나서 저 아래 출렁다리로 향한다. 

조망쉼터에서 본 출렁다리와 숲 어드벤처.

#2. 출렁다리와 스카이웨이
살짝 올라갔던 만큼 내려가는 길은 더 순식간이다. 여기저기 핀 진달래가 우아한 포즈로 동행한다. 출렁다리는 2019년 준공됐고 지난해 5월 정비를 마치고 손님들을 맞기 시작했다. 140m로 짧지만 메타세쿼이아와 눈 맞추며 걷는 매력,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태산휴양림의 명물로 소문 자자한 숲속 어드벤처(스카이웨이, 스카이타워) 걷는 재미를 배가한다. 공중을 걷는 기분, 스카이웨이의 시작이다. 15m 높이의 스카이웨이로 진입하면 공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여름엔 초록세상 속으로, 가을엔 붉은 계절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하늘길'이다. 봄은 여름과 가을보다 색채가 밋밋하긴 하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가로운 여백의 미가 매력적이다. 길이 196m의 하늘길의 끝엔 높이 27m의 전망대 스카이타워. 빙글빙글 네 바퀴를 돌아 오르면 스카이타워의 깨끗한 바람이 마중 나온다. 360도 탁 트인 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이곳저곳 짚어본다. 먼저 올랐던 출렁다리 위 조망쉼터와 그 아래 바위를 바라본 뒤 잠시 후에 들를 형제바위로 시선을 옮긴다. 메타세쿼이아숲은 살랑살랑 바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3. 임창봉 선생의 손길
숲속 어드벤처에서 나와 메타세쿼이아 숲속으로 빠져든다.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살아가겠다. 이는 살아오는 동안 세상의 거짓과 가면 쓴 생활을 미워했기 때문이며 흙과 나무는 속이거나 기만하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 한 그루 지나칠 때마다 1973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 故 임창봉 선생의 손길이 느껴진다. '세상의 거짓과 위선이 미웠다, 산에 들어오니 마음이 정말 편했다'는 임 선생. 임 선생의 숨결은 수많은 사람들의 휴식이 되고 치유가 되고 있다.

나무를 부둥켜 안고 나무와 대화를 나눠 보시라, 메타세쿼이아 그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시라, 나무 사이를 맨발로 걸어 보시라. 모든 시름이 날아가 심신이 가벼워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지니.

#4. 형제봉 전망대 찍고 형제바위로
전망대로 향한다. 가파르진 않지만 이어지는 오르막에 숨소리가 거칠다. 숨소리는 거칠어도 발걸음은 가볍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라가면 금세 전망대의 장태루가 나오기 때문이다. 장태루 가기 전 장안저수지가 시원하게 보이는 조망터가 먼저 맞이한다. 이 곳은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방문해 남긴 사진의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장태루를 만난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장안저수지 방향을 바라본다. 멀리로 대전 시가지도 살짝 보인다. 도룡동에 건립 중인 사이언스콤플렉스가 우뚝 솟아 시선에 들어온다. 장태루를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 형제바위로 향한다. 반가운 내리막을 후두둑 내려가면 금세 형제바위전망대에 다다른다.

형제바위는 마치 두 형제처럼 바위가 사이좋게 서 있어서 형제바위라 부른다. 장태산휴양림을 내려다 보며 오늘 지나온 흔적의 경로를 짚어본다. 출렁다리 위의 조망쉼터부터 출렁다리, 스카이타워, 메타세쿼이아 숲까지... 봄의 장태산휴양림은 조금 아쉽긴 하다. 신록의 계절이나 홍엽 만추엔 더욱 아름다우리라. 그렇긴 해도 3월 장태산은 은은한 매력을 풍긴다. 화려하지 않아도 섹시한, 멋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그녀처럼. 

ich@kakao.com

 

 

    [ 차철호의 #길 ]     

1. 눈내린 갑천습지길         
2. 오후 3시의 노루벌길      
3. 엑스포 夜行                   
4. 계족산 & 대청호오백리길
5. 장태산휴양림의 3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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