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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갑천둘레길, 5월

2021. 06. 18 by 차철호

  [ 차철호의 #길 ]  
도안 갑천호수공원의 바람

초록물결이 끝없이 이어진다. 
걸음걸음마다 새들은 지저귀고 
이문세 가객이 노래한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훅, 달려든다. 
싱그러운 바람의 시간 사색의 공간, 
걸을수록 벗어나고 싶지 않은 
녹색섬. 도안갑천둘레길.

이런 이름을 가진 길은 아직(?) 없다. 평소 다니던 동네 산책코스에 이름을 붙여봤다. 도안 갑천호수공원이 들어설 갑천친수구역을 품고 한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적당한 높이의 산길과 갑천습지길을 이어 걷는 건강 산책코스. 감탄사 터지는 조망이나 스펙터클 어드벤처는 많지 않지만 편안하고 낭만 돋는 실크로드다. 걸으면서 도심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 대략 14㎞ 5시간의 여정.

http://www.everytrail.co.kr/detailgps.trail?gps_id=99963639오늘의 여정, 둘레길. 자세한 경로는 ▶지도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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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출발
원신흥동 갑천과 진잠천이 만나는 지점, 다리 앞에 섰다. 왼쪽엔 갑천이 흐르고 오른쪽은 진잠천이다. 뒤편엔 H 커피점. 진잠천 따라 서쪽으로 산책로를 조금 걷다가 좌회전,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도안 작은내수변공원을 지나 육교에 오르면 대전체고 옆 덜레기근린공원 숲을 만난다. 얕은 뒷동산이지만 나무의 키나 녹음은 유명 산 못지 않다. 숲의 바람과 새소리는 사계절 휴식을 주고 위로를 건넨다. 푹신한 숲길이어서 가끔 맨발걷기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덜레기'란 묘한 이름이 궁금했는데, 들녘에 있는 마을 또는 '덕락(德樂)말'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전해진다.

얼마 걷지 않아 금방 내리막이 시작된다. 내려오면 공원 옆 분주한 공사현장을 만난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서남4중이 들어설 자리다. 2014년 대전새미래중 이후 8년 만에 설립되는 중학교로 공식명칭은 하반기에 확정한다. 동서대로-옥녀봉지하차도 위로 육교를 건넌다. 옥녀봉체육공원, 출발 1.8㎞ 지점. 다시 숲길을 걷는다. 도안근린공원 길의 시작이다.

#2. 아쉬움
편안한 숲길은 계속 이어진다. 오르막도 심하지 않아 평지 걷듯 내디디는 발길. 발길에 부딪히는 초록바람은 몸과 마음을 토닥인다. 산이 높지 않기 때문에 멋진 조망은 보기 힘들다. 그래도 혹시, 높은 곳 조망 아니어도 갑천호수공원 예정지 쪽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있지 않을까. 어느 지점, 걷다보니 왼쪽에 바위가 보인다. 대개 산에서 바위가 있는 곳에 조망터가 많다는 것을 아는 터, 혹시... 기대를 갖게 한다. 큰 도로 쪽으로 열린 공간.

그러나 아쉽다. 일단 고도가 너무 낮고, 나무들이 많이 가린다. 그나마 맞은편 도솔산과 갑천 숲이 조금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공원이 들어설 부지와 그 옆 갑천 3블록 아파트 건물도 눈에 들어온다. 좀 더 높은 곳 조망터가 아쉽다. 머잖아 호수공원이 생기면 아주 멋진 전망대가 될 텐데. 아래 조감도처럼 유려한 걸작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조감도=대전시 제공 관련기사 : 국회 통합디지털센터 건립 본격화)

아쉬움 뒤로하고 옥녀봉으로 향한다. 옥녀봉 정상(137.6m)엔 운동시설도 있어서 많은 주민들이 애용한다. 옥녀봉 쉼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걷는다. 오른쪽은 목원대, 왼쪽은 도솔산/호수공원 방향. 하지만 조망은 없다. 키 큰 나무들과 숲이 호젓한 숲길을 만들었다. 가다보면 눈에 띄는 이정표를 발견한다. '학교가는 길 740m.' 대전도안초등학교 산사랑 체험학습 길 이정표다. 산에 오른 아이들이 길 잃지 않도록 여러 군데 걸려있다. 소태봉(163.9m) 무렵을 지나면 도안근린공원 숲길도 막바지로 향한다. 출발한 지 1시간 20분 경과. 휘파람새 소리가 어디선가 크게 들린다. 10여 분 뒤 숲길 시야가 열리면서 건양대병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건양대병원 뒤편 휴식터와 유아숲체험원을 지나 내려오면 가수원동 구봉천을 만난다. 걸어온 시간 1시간 50분.

#3. 가족, 풍경
구봉천 산책로를 걷는다. 흐드러진 금계국은 눈을 즐겁게 하고 아기자기한 물소리는 귀를 씻어준다. 20여 분 걸으면 갑천과 만나는 지점에 이른다. 갑천자전거길을 먼저 만나고, 여름옷을 입은 도안억새숲을 만난다. 가을이 제철이지만 여름에도 참 청량하다. 갑천 바람 타고 갑천을 건너간다. 정림보 가기 전 돌다리. 아버지와 딸로 보인다. 돌다리 근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요즘 도시에선 보기 드문 장면, 그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어린 시절 족대 들고 놀던 기억과, 이제는 청년이 된 두 아들 어릴 때 대전천 상류와 갑천 상류에서 함께 놀던 기억 한 스푼 머금는다. 돌다리 위에서 잠깐 걸음을 멈춘다. 호수같은 갑천 물빛과 수면에 비치는 하늘빛에 젖는다. 사방을 둘러본다. 경쾌한 물소리가 휴식을 준다. 걸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출발한 지 2시간 30분 무렵, 6.7㎞를 넘어서고 있다.

도솔산 아래 갑천습지길로 넘어왔다. 이 길의 초입에선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바람에 몸을 흔드는 수풀의 노래와 새 소리뿐이다. 황홀경 초여름 숲이 마중나와 있다. 하늘까지 열어 제친 초원 같은 공간도 만난다. 귀를 열고 초록초록한 오솔길을 걸어 보시라, 오감이 반응하며 살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도솔산으로 올라갈 지점이 다가왔다. 한 가족이 보인다. 한 아이를 멀리서 바라본다. 왼손은 아빠, 오른손은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있다. 그 뒤를 밟는다. 파파라치처럼 따라간다. 징검다리 건너는 가족.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름다운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다.

#4. 바람, wish
징검다리 앞에서 물 한 모금. 얼마큼 걸었나, 앱을 본다. 8.4㎞, 어느새 3시간이 넘었다. 도솔산으로 올라간다. 산책 같은 산행을 시작한다. 물론 초입 오르막은 힘들다. 감추려 할수록 점점 커지는 거친 숨소리, 왜 이렇게 운동을 안 했을꼬, 버릇처럼 자책을 한다. 헉헉대며 20여 분, 가새바위 지나 조금 더 올라 첫 번째 조망쉼터에 이른다. 도솔산 보루가 있는 정상(207m)보다 전망이 더 좋다.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인 갑천 3블록 트리풀시티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안신도시 아파트라인과 그 뒤 오늘 걸어온 숲에 시선을 걸어본다. 그 다음엔 맨 뒤의 계룡산 줄기. 우산봉부터 갑하산, 수통골 도덕봉과 빈계산, 그 뒤로 천황봉 철탑까지. 그리고 나선 갑천과 물줄기 따라 작품처럼 걸려있는 습지구역 풍경을 한참 바라본다. 조망쉼터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출발한 지 9㎞ 지점. 오늘 걸어온 길을 짚어보며 갑천의 아름다움을 ‘즐감’한다. 시각을 넓히자 그 앞에 펼쳐진 갑천친수구역, 도안 갑천호수공원이 들어설 광활한 터가 시선을 잡는다. 몸을 휘감는 초록바람에 개인적인 바람을 실어본다. 아파트 짓기 위해 만드는 호수공원이 아닌 진정한 생태쉼터로 태어나길. 부디 그 생명의 숨결로 고단한 시민들 품어주고 갑천의 깨끗한 바람 지켜주길.

도솔산 정상에 잠시 올랐다가 두 번째 조망쉼터로 향한다. 도솔정 방향으로 1㎞, 20분 정도 가면 만나는 탁 트인 조망쉼터. 맞은편에서 도솔산을 보면, 나무가 없는 터가 살짝 보이는데 그 곳이 이 곳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예전에 패러글라이딩 타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곳은 첫 번째 조망쉼터 뷰와 각이 다르다. 남서 방향으로 열려 있다.

아까 풍경같은 가족을 만났던 징검다리가 보인다. 갑천 물줄기 품은 습지구역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갑천호수공원이 들어서면 바로 앞에서 호수를 내려볼 수 있는 포인트다. 지난 번에도 제안했듯, 호수공원이 조성되면 이 곳을 좀 더 안전한 전망대로 손봤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2024년에 완공되는 국회 통합디지털센터가 들어설 자리도 바로 앞이다.

#5. 갑천, 사색의 시간
다시 갑천변으로 내려가는 길. 내가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길목을 돌아서 도안대교 아래 갑천 물가에 닿는다. 4시간 30분을 넘어섰고 거리는 11.2㎞를 가리킨다. 이어지는 초록의 시간, 여름의 터널. 갑천습지길은 휴식을 주고 사색을 준다. 노래 흥얼거리며 기분좋은 길을 걷는다. '난 거기엘 가지 파란 하늘이 열린 곳, 태양이 기우는 저 언덕 너머로. 난 거기엘 가지 초록색 웃음을 찾아, 내 가슴 속까지 깨끗한 바람이 불게...  : 어떤날 노래 그런날에는  

갑천습지길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임의마을 앞쪽은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명 : 대전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 지구 외 도안대교 및 연결도로공사 ▲기간: 2020년 5월 15일~2022년 10월 31일(30개월)

갑천 1, 2블록과 임의마을을 연결하는 공사로 보인다. 갑천 위에 또 하나의 다리가 생길 것 같다. 10여 분 걸어서 계룡대교에 올라 방향을 튼다. 또 10분 더 걸으니 출발했던 H 커피점 앞이다. 한 바퀴 돌았다. 13.2㎞, 5시간 33분. 오늘도 상쾌하다. 

 ich@kakao.com

    [ 차철호의 #길 ]     

 1. 눈내린 갑천습지길              
 2. 오후 3시의 노루벌길           
 3. 엑스포 夜行 : 한빛탑의 진화 
 4. 계족산 & 대청호오백리길     
 5. 장태산휴양림의 3월 달력      
 6. 4월엔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7. 수통골~진잠 산장산 둘레길 
 8. 도안갑천둘레길, 5월           
 #. [사진첩] 봄비, 갑천습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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