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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夜行 : 한빛탑의 빛

2021. 02. 10 by 차철호

    [ 차철호의 #길 ]    
3. 엑스포 夜行   
빛의 마술, 꿈의 광장

한빛탑이 진화했다. 진화한 빛이 마술을 부린다. 마술에 걸린 듯 걸음을 멈추고 ‘빛멍’에 빠진다. 빛멍은 음악이 흐를수록 깊어진다. 깊고 웅장한 음악은 빛을 더욱 춤추게 한다. 춤추는 광장의 그림자는 초록색 신호를 따라 엑스포다리로 향한다. 엑스포다리 위에서 다시 온몸으로 빛을 만난다. 夜行, 오늘 걸음은 엑스포 야행이다. 출발은 유성구 구성동 대전과학고 옆 성두산근린공원. 성두산→국립중앙과학관→우성이산→한빛탑광장→엑스포다리 6.5㎞ 코스다. 

오늘 산책 경로. 이미지를 누르면 자세한 경로가 나옵니다.

#1. PM 7:45 엑스포다리 

쏟아지는 불빛을 품고 걷는다.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바다. 달빛도 오늘밤 유난히 우아하다. 갑천을 만나 우아하게 왈츠를 추고 있다. 마스크 쓴 연인들의 행렬. 검정색 롱패딩을 입은 저 커플은 오랜 연인 같다. 걸음도 손짓도 눈빛도 서로에게 자연스럽다. 그 뒤를 걷고 있는 커플은 좀 추워보인다. 두터운 외투를 안 입어서일까, 아니면 둘 사이의 거리감일까. 왠지 오늘 처음 만난 사이 같다. 걱정말아요 그대, 잘 될 거예요. 

한빛탑과 엑스포다리. 시시각각 바뀌는 불빛의 바다.
한빛탑이 진화했다. 빛과 소리가 만든 몽환적인 타임라인.

#2. 1시간 전 PM 6:45 

우성이산에서 내려와 한빛탑광장으로 진입한다. 한빛탑을 만난다. 웅장한 포스 우주선 같다. 경주 첨성대를 모티브로 만든 한빛탑은 1993개 화강암으로 쌓았다. 93대전엑스포를 의미하는 것. 93m 높이로 우주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고리형 서클 형태다. 전망대(유료)에 오르면 엑스포과학공원과 대전 주요 지역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얼마 전 다시 진화한 한빛탑. 매일 밤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영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을 담은 빛과 웅장한 음악이 광장을 지배한다. 시간이 사라진 곳, 나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서 있다. 빛과 소리가 몽환적인 타임라인을 만든다. 연인들이 역시 많다. 어색한 사이 커플도 금세 열렬한 연인이 될 듯한 광장이다. 썸타는 그대 걱정말아요, 잘 될 거예요. 

 

#3. 1시간 전 PM 5:45 

우성이산 조망포인트에 도착. 아직은 환하다. 갑천 끝에 걸린 계룡산과 갑하산, 우산봉은 석양을 준비하고 있고 한빛탑과 엑스포다리는 하나둘 불빛을 달면서 어둠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 중인 사이언스콤플렉스와 컨벤션센터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둠과 밝음은 그러데이션처럼 섞이고 불빛이 타임랩스처럼 켜지면 도시는 빛의 바다로 변신한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동물원 김광석 노래를 흥얼거린다. 도시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 기다림이 시작된다. 

#4. 어둠, 그 불빛 

PM 6:25. 어둠이 불빛이 됐다. 화려한 어둠. 우성이산 조망포인트는 갑천라인의 밤을 보여준다. 한빛탑을 중심으로 그 뒤의 엑스포다리와 엑스포시민광장이 불빛과 추억을 안겨준다. 횡으로는 스마트시티아파트부터 대전컨벤션센터, 사이언스콤플렉스를 보여주며 갑천과 유등천 물빛 따라 켜진 불빛을 비춰준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도시. 어둠 그 불빛은, 코로나에 고단한 도시민들의 밤을 품어준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속삭인다. 

구성동산성. 백제시대에 유성지역을 다스리던 성으로 추정되는 구성동산성은 성두산 정상에 흙을 쌓아 만든 성으로 거북성이라고도 한다.
소나무가 많아서 진한 솔향이 심신을 위로하는 성두산 오솔길.

#5. PM 4:00 성두산 입구 

타고 온 타슈를 카이스트후문 스테이션에 반납하고 성두산근린공원 입구에 섰다. 성두산은 해발 86.7m로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이다. 초입 나무계단만 오르면 너른 평지와 오솔길이 반긴다. 곧 정상 역할을 하는 언덕이 보이는데 그 곳에 구성동산성 표지판이 서있다. 백제시대에 유성지역을 다스리던 성으로 추정되는 구성동산성은 성두산 정상에 흙을 쌓아 만든 성으로 거북성이라고도 한다. 산성 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책 오솔길. 도심 속 공원이면서도 자연의 품격을 제대로 갖춘 곳이다. 소나무가 많아서 진한 솔향이 심신을 위로한다.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지고 군데군데 너른 공간도 많아서 아이들의 언택트 자연놀이터로 강추하는 곳이다. 이 힐링 풍요로운 길은 국립중앙과학관으로 이어진다. 

#6. 1시간 후 PM 5:00 

중앙과학관을 관통해 길 건너 스튜디오큐브와 대전마케팅공사 앞을 지난 뒤 우성이산 초입이다. 이 곳에 오면 당연히 꿈돌이랜드의 기억이 떠오른다.

꿈돌이랜드가 있던 자리. 등을 돌려 우성이산 초입으로 발을 옮긴다.
꿈돌이랜드가 있던 자리. 등을 돌려 우성이산 초입으로 발을 옮긴다.
많은 소나무들과 솔향이 인상적인 길.
많은 소나무들과 솔향이 인상적인 길.

꿈돌이랜드 정문 성(城)이 있던 곳. 지금은 20대가 된 아들들의 유년시절 추억이 머무는 곳. 그 자리 빈 공간을 뒤로하고 우성이산을 오른다. 역시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다. 하지만 성두산보다는 높고(178m) 코스도 다양하다. 소나무향이 자욱하다. 거친 숨 내뱉을 때마다 피톤치드가 마구 덤벼든다. 20여 분 올라 도룡정에서 호흡을 고른다. (예전에 아침운동으로 자주 오던 그 때는 오르막 뛰어 올라다니곤 했었는데, 지금은 걷기도 숨차다. 이런.) 물 한 모금 마시고 동쪽 하산길로 향한다. 그리고 곧 조망포인트에 도착한다. 아직은 밝다. 갑천 끝에 걸린 계룡산이 석양을 준비하고 있다. PM 5:45.  

ich@kakao.com

어두워지기 전, PM 5:45. 
어두워지기 전, PM 5:45. 

1. PM 4:00 성두산 입구 (#5)
2. PM 5:00 우성이산 초입 (#6)
3. PM 5:45 조망포인트 (#3)
4. PM 6:25 조망포인트 (#4)
5. PM 6:45 한빛탑광장 (#2)
6. PM 7:45 엑스포다리 (#1)

#7. 타슈, 집으로 가는 길.

 

      [ 차철호의 #길 ]      

1. 눈내린 갑천습지길     
2. 오후 3시의 노루벌길  
3. 엑스포 夜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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